영화평/ 은밀한 교감을 추구하는 매개,'은교'

영화평/ 은밀한 교감을 추구하는 매개,"은교": 2012.05.08 08:27 입력 | 2012.05.09 02:13 수정

고경태 기자 ktyhbg@hanmail.net

영화평 은밀한 교감을 추구하는 매개, "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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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신 원작소설『은교』(문학동네, 2010년)가 정지우 감독과 박해일, 김무열, 김고은의 세 배우를 중심으로 매우 정교한 심리 묘사를 통해서 완성도 있는 영화를 4월에 제작 발표했다. 먼저 “은교”라는 이름에서 작품의 의도가 있다고 생각되었다. 필자는 은교를 “隱交”즉 “隱密한 交感”으로 풀어 이해했다. 공대생(별을 이해하지 못하는 서지우-김무열) 제자에게 모든 것을 전수하고 생을 마감을 바라보고 있는 70세의 노작가(이적요-박해일)에게 어느 날 갑자기 외계에서 찾아온 영감의 원천이 “은교(김고은)”였다. 영감의 원천이 아닌 이적요에게서 영감을 훔진 서지우와 영감의 원천이 없어서 늙어 죽어가는 이적요에게 나타난 영감의 원천으로 은교, 그리고 자신이 교감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은교와 서지우의 삼각관계의 구도가 매우 흥미롭다. 영감의 원천인 은교를 만난 이적요는 “은교”라는 신비의 아름다운 문학 작품을 창조했다. 서지우는 그 작품을 훔쳐 문학지에 등재하여 한국의 대표적인 작가의 반열에 올라섰다. 은교는 작품에 그려진 자기의 모습에 반해 서지우에게 자기의 육체를 헌납했다. 이 세 사람에게 공통점은 인간의 절대적인 부족이 강조되었다. 이적요에게는 젊음이 없고, 서지우에게는 영감이 없고, 은교에게는 친구가 없다. 이적요에게 은교라는 영감이 발생했고, 서지우는 은교라는 작품을 훔치게 되었고, 은교는 은교라는 작품에 의해 서지우에게 갔다. 이적요에게 은교는 변함없는 영감의 원천이다. 첫째, 과도한 노출 장면을 통해서 영화의 이중적 효과를 목적했지만 옥의 큰 티가 되었다. 이적요는 영감의 원천인 은교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제공하는데, 은교는 그 사랑을 인식하지 못해 오히려 엉뚱한 곳에 사랑을 정착시켰다. 후반의 과도한 노출의 장면이 엉뚱한 사랑(이적요의 사랑을 파악하지 못한 은교와 빈껍데기에도 만족하는 서지우)을 웅변하는 장면이다. 필자는 스크린의 맹점 중 하나가 설득을 위해서 과도한 방법을 시도한다는 것에 한계와 위험성을 지적한다. 기독교 세계관에서 설득은 “지혜와 겸손 그리고 인내”을 요구하지만, 영화에서 설득하는 방법은 “빠름 혹은 과도한 방법(폭력 혹은 노출)”을 도입한다. 그래서 영화에서 관객을 미혹하는 면이 발생한다. “은교”에서 관객들이 과도한 노출에 관음적인 반응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제작진에서도 스포일러를 통해서 그 부분에 포커싱시키는 방법도 동원했다. 영화의 목적에 맞추어 삼각의 치밀한 관계의 사랑의 모습과 심리 묘사에 그쳤다면 정말로 아름다운 영화였을 것이다. 사랑을 감당한 자(이적요)와 사랑을 찾은 자(은교)와 사랑을 모르는 자(서지우)의 삼각관계의 미묘함이 그 장면으로 깨져버렸다. 둘째, “은교”의 아름다운 메시지는 순수와 세속에서, 세속은 절대로 순수를 이기지 못한다는 것을 강력하고 위트로 보여주었다.  순수의 대명사 이적요와 세속의 대명 서지우 사이에 순수와 세속의 양면성을 갖는 은교가 있다. 그러나 결국 순수한 이적요가 아름다운 눈물로 승리를 보여주었다. 또한 공대생이 문학도의 기계조작에 의해서 골탕을 먹었고, 또 정비소에서 전문기술자에게 수리를 받았는데 그 차량에서 죽는 모습은 처참하지만 매우 역설적인 위트가 있다. 공대생이면서 문학을 좋아하는 서지우, 문학가이면서 자동차수리를 할 수 있는 이적요. 과연 우리의 세상은 누구에 의해서 살아야 하는가? 사람의 기능이 아니라 상태의 문제 즉 “순수”이다. 순수가 전무한 서지우의 비극적인 죽음, 순수와 세속의 양면성의 은교의 눈물과 이별은 결국 눈물로 남은 “순수한 사랑”의 이적요의 모습에 있다. 셋째, 영감의 필요, 영감의 갈망이다. 이적요에게 필요한 것은 젊음이었다. 그러나 이미 늙은 인생에 젊음이 실현될 수 없다. 이 실현 가능성이 영감의 세계이다. 이적요는 은교를 통한 영감의 세계에서 젊음을 만끽했다. 은교는 작품 “은교”에서 영감을 만끽했다. 서지우는 은교에서 자기의 자리를 위협하는 존재로 “은교”에서는 탁월한 문학의 상업성을 보았다. 본 영화에서 영감의 근원으로 “한 17세 여자 은교”를 지목한 것은 작품의 한계일 것이다. 이러한 지목이 갖는 사회적인 파장은 상당할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이 시대의 많은 사람들이 겪는 영감의 부재에서 어떤 영감이라도 얻고자하는 갈망의 표출이라고 본다. 기독교 세계관에서 영감은 오직 성경과 선포된 말씀에 입각한다. 성적이거나 외래적이 아닌 너무나 합리적이고 정당한 방법으로 영감이 주어진다. 그러나 성경이 없는 종교에서 영감은 항상 외래적이어야 하는가? 아니면 파격적이어야 하는가? 정상적인 생활에서 영감을 제공하는 영화는 만들 수 없는 것인가? 답은 모든 인간에게 삶에 생을 공급하는 영적인 영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독교는 성경을 통한 성령의 감동과 감화의 영감이 신자에게 끊임없이 제공되는 생동감있는 종교다.   고경태 목사/ 주님의교회 담임, 한양신학대학교 강사(P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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