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은 아들 압살롬의 반란으로 인해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그는 아들이 꾸민 반역 소식을 듣고 머리를 깎고 울면서 피난길에 올랐다. 아들이 아버지의 왕좌를 탐낸 역모(逆謀)는 곧 아버지를 죽이고 왕의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모사였으니, 다윗은 억장이 무너지는 고통을 안고 예루살렘 궁전을 떠나지 않았겠는가!
다윗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통곡하며 한걸음 한걸음 발을 떼며 지나갔던 곳은 신약의 감람산 겟세마네 기슭이었다. 이걸 보면 역사는 그냥 돌아가는 것이 아니며, 우연히 펼쳐진 것도 아니다. 역사 속에서 벌어진 작은 사건이나 하찮아 보이는 사람들 조차도 하나님의 뜻과 섭리안에 있는 것이다.
이렇듯 역사를 이끄시는 하나님께서 보내신 예수님께서 십자가의 죽음을 앞두고 감람산 겟세마네 기슭에서 통곡하며 간구하신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예수님께서 겟세마네에서 드렸던 통곡의 기도는 1천여년 전 다윗이 아들의 반역으로 인해 통곡하며 드렸던 기도와 너무나 흡사하다.
흔히 구약학자들은 다윗이 압살롬의 반역 소식을 듣고 예루살렘 궁전을 떠나며 통곡하면서 읊었던 기도시에서 장차 오실 메시야상을 그려낸다. 더욱이 다윗이 통곡하며 지났던 감람산 겟세마네 기슭은 후일 예수님께서 드렸던 통곡의 기도 장소였으며, 십자가가 세워졌던 바로 그 장소였다는 점에서 다윗을 장차오실 메시야의 모형으로 간주한다.
이같은 구속사의 드라마는 다윗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성경 곳곳에서 펼쳐진다. 하나님께서 세우신 장엄한 구원사의 서곡이 구약에 빽빽하게 계시되었고, 신약에서는 그 구원 계시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성취되었다. 장차오실 메시야의 모형이었던 다윗이 보여준 인생의 반전(反轉) 드라마는 성경의 여러 이야기들 가운데서 최고의 절정을 이룬다. 죽음에 이르는 고통 중에서도 하나님을 바라보는 믿음을 지킨 것이 그 비결이었던 것 같다.
여호와여 나의 대적이 어찌 그리 많은지요 일어나 나를 치는 자가 많으니이다. 많은 사람이 나를 대적하여 말하기를 그는 하나님께 구원을 받지 못한다 하나이다. 그러나(히브리어 와우: 필자 주) 여호와여 주는 나의 방패시요 나의 영광이시요 나의 머리를 드시는 자이시니이다(시3:1-3).
이 시는 다윗이 아들의 반역으로 인해 예루살렘 궁전을 떠나면서 통곡하며 드렸던 기도의 시다. 다윗은 아들의 반역으로 인한 처절한 고통, 임박한 죽음의 위기, 가정사의 파탄으로 인한 수치심, 아들의 역모(逆謀)로 인해 파탄에 이르는 국가적 위기 등에 직면했다.
그런 위기의 순간에 다윗은 짧은 8절에서 “여호와”, “주”, “하나님” 등을 11번이나 외치면서 하나님께 도움을 구했다. 특히 그가 입을 열자마자 불렀던 “야훼(여호와)”는 구약에서 언약을 체결할 때 사용하던 호칭이었으니, 그는 과거에 자신과 맺었던 언약을 상기하면서 “야훼(여호와”를 부른 것이다.
언약이란 “영원히 묶는다”는 의미다. 그런 면에서 다윗은 하나님께서 자신과 맺었던 언약이 반드시 실현될 것임을 믿고 “야훼(여호와)”를 부르며 기도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다 다윗은 개역 개정판에 생략된 3절 초반의 “와우(그러나)”를 외치며 역전의 하나님을 바라보았다.
여호와께서 전쟁 중에 자신의 방패가 될 것이며, 동시에 지금은 왕관을 벗은 채 머리를 숙이며 궁전을 떠나지만 여호와께서 다시 왕관을 씌워주실 것을 기대하면서 통곡하며 기도했다. 그 결과 후일 하나님께서는 다윗의 눈물섞인 통곡의 기도와 소망대로 그에게 다시 왕관을 씌워주셨다. 다윗의 하나님은 과연 역전의 하나님이셨다~~!!
이처럼 다윗이 직면한 위기를 기회로 바꿔준 원동력은 바로 하나님의 절대주권과 그의 통곡의 기도 및 강력한 믿음이었다. 오늘 우리 시대에도 하나님께서는 종종 파탄에 이르는 심각한 위기를 기회로 바꿔주실 주실 때가 있다. 나도 최근에 놀라우신 하나님의 역전을 경험했다. 생각하면 정말 기이한 일이다.
▲하나님의 은혜로 중앙대학교 법학대학원 2년 과정을 마치면서
그 사연인즉 이렇다. 6월 30일 만학도로 시작한 법학대학원 4학기의 성적을 확인한 순간 만감이 교차했다. 순식간에 2년간의 코스를 마치게 되어 감개무량하면서 동시에 눈시울이 촉촉해졌다. 그 순간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소회들은 전혀 전공이 다른 초보자로 시작한 법학석사 과정의 치열함이었다. 2년간 4학기 중에 제출한 에세이(소논문)가 15개였으니 시간과의 싸움은 때로는 초죽음을 방불케 했다.
거기에다 법학 비전공자로서 선수과정 5과목을 수강하고, 최종 논문을 쓰는 과정은 마치 영국 유학시절 경험했던 “석사과정은 지옥의 코스”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었다. 동시에 광신대학교와 칼빈대학교의 겸임교수·대우교수 신분으로 한 영상강의, 교회법신문 편집 제작, CFC방송 등으로 불가능할 것 같은 4학기 과정을 마치고나니 오직 하나님께서 이루어 주신 은혜라고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더 큰 은혜는 법학의 길을 반전(反轉)시켜주신 역전의 하나님을 경험한 부분이다. 지난 1월부터 석사논문을 쓰던 중에 2월 중순경에 코로나에 확진되었다. 확진 중에 연구실로 격리되었고, 식중독까지 겹쳐서 먹지도 못하고 자지도 못하는 심한 고통을 겪으면서 천국 입성 직전까지 이르렀다.
설상가상으로 폐렴까지 번져서 죽음의 위기를 만났다. 그 무렵 폐렴이 번져서 천국으로 입성한 몇 분들의 황망한 소식이 들으면서 나도 따라가는 것이 아닌가라는 불길한 생각을 하면서 나날을 보냈다.
그러다 극적으로 완치되었다. 하지만 1개월 반 이상을 소모한 바람에 석사 논문을 완성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뒤늦게 매일 새벽기도를 제외한 모든 시간을 연구실에서 보내면서 아예 숙식까지 연구실에서 해결하면서 논문 작성에 집중했으나 완성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런 상태라면 박사과정에 합격해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결국 영국 트리니티 대학원 석사자격으로 박사과정을 지원하는 비상 대책을 세웠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중앙대는 불합격하고, 고려대에 합격했으니 참으로 기이한 일이었다.
아마 중대는 정책 중심의 선발로 전공 불일치에 따른 감점으로 대학원 전체 석차에 못미쳐 불합격한 것 같고, 고려대는 사람 중심의 선발 및 법대 중심의 운영으로 교수들의 자율에 맡겨, 입학 원서상 비전공자를 과감히 합격시킨 것으로 보인다.
결국 코로나 확진으로 인해 만학도가 도전한 법학의 길에 엄청난 반전이 일어났다. 코로나 확진의 위기 중에 논문을 기한 내에 제출하지 못한 것이 오히려 기회가 된 것이다. 실로 놀라우신 하나님의 역전이었다. 아직 법학 초보자에 불과한데 법학의 명문에서 2년의 수업과 논문을 감당해낼 수 있을지 우려가 되긴 하지만, 성령님의 지혜와 능력으로 험난한 과정에 도전해 보려고 한다.
이제 담주 월요일부터는 우선 제2외국어 시험을 대비해서 중국어를 새로 시작하면서 인생의 마지막 일지도 모르는 법학박사 과정을 새롭게 출발하게 되었다. 혹자는 "59년생이 무슨 공부냐", "고대에서 박사학위 받으면 은퇴인데 무슨"... 그러면서 "편히 살아라". "박사학위 없어도 지금 정도의 법리로도 언론사역이 족하다"는 등의 우려와 격려를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총회의 현실상 무너진 법질서를 회복하고, 실종된 정의를 실현하려면 법학을 제대로 공부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순간마다 언론을 통해서 말하는 법의 권위를 세워보기 위해 그리고 품격있는 언론으로 거듭나려는 사명으로 감히 도전해 보기로 했다. 더욱이 나에게 있어서 "언론사역은 또다른 목회"라는 특별한 언론관 때문에 아무리 길이 험하다 해도 그 도전을 멈출 수 없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10여년 전 교회를 개척하면서, 나는 복음과 십자가 외에는 모든 것이 휴지에 불과하다는 생각으로 감사패, 축하패, 심지어 목사 안수패까지 다 버렸다. 그런 실상이기 때문에 혹시라도 박사학위라는 명예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변의 시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나는 감히 말할 수 있다. 세상에서 얻는 명예나 지위 그리고 학위 자체는 결코 관심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평생 모은 책 1만여권이 화재로 인해 그을려 폐기 수준이 되었지만 전혀 아깝지 않고, 오직 복음과 십자가 그리고 정의 실현 등이면 족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더 나아가 “정의의 하나님”(사30:18)께서 그토록 바라시는 “정의”(구약에서 정의가 200번 이상 나옴)를 우리 총회와 한국교회에 바로 실현해 보려는 작은 소망으로 태산같이 높은 법학박사를 향한 첫 발걸음을 내디딛으며, 오직 하나님께만 영광을 돌려드린다. 하나님께서 보내 주셨으니 앞길을 인도해 주실줄 믿고 새출발하면서 독자 제위께 기도와 격려를 부탁드린다.
인생은 도전, 영성은 삶이다~~~!!!
송삼용 목사/ 크리스천포커스 발행인, 중앙대학교 법학대학원(LLM.,cand.)
이승재 기자 scanman7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