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신대 현안들을 지적하고 비판한 이색 대자보가 사당 캠퍼스 교정에 붙어 교단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1월 5일자로 붙은 대자보에는 교육부 평가에서 탈락한 후 사과는 커녕 변명하기에 급급한 총장을 비판했으며, 각종 문제점들을 지적하는 글들이 나왔다. 이어 총장 취임 때 공정 투명 소통을 내건 공약들은 어디가고 총장이 자기 돈으로 세운 개인회사처럼 맘대로 운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같은 총장의 인사 비리 문제, 독선 운영 등에 대해 총학생회는 지난 달 28일자로 학생 총회를 열고 92%의 찬성으로 총장의 인사비리 등의 문제를 조사해 달라고 결의한 상태다. 다음은 대자보 전문이다.

"총신대학교, 그래서 안녕들하십니까?"총신대학교, 그래서, 안녕들 하십니까?(1)

- 사당촌 촌장님께 드리는 편지 -

“안녕들 하십니까?” 2013년 고려대 경영학과 주현우 학생의 대자보를 시작으로 연세대,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 이화여대로 확산 된 사회운동 대자보입니다. 당시 코레일 파업, 국정원 선거개입, 밀양 송전탑 사건, 쌍용차 노조 사건 등에 관하여 규탄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당시 대학생들이 정부의 부조리에 목소리를 내었던 사회운동이었습니다.

“그래서, 안녕들 하십니까?” 

6년이 지난 2019년 고려대 컴퓨터/통신공학부 명훈 학생의 대자보가 게재되었습니다. 이는 촛불혁명 이후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했던 문재인 정권 하에서 발생한 조국 사태를 비판한 N포세대의 글이었습니다. 고려대의 명훈 학생은 “촛불로 쌓아 올린 이 세상이 적어도 한 걸음쯤은 나아갔다고 믿었습니다”라고 했습니다. 2017년 11월, 우리 신학대학원 선배님들은 양지캠퍼스 100주년기념예배당 앞에서 촛불을 들었습니다. 이어 2018년 3월, 우리 총신대학교 학부생들도 그 길을 따라 십자가 모양의 전자 촛불을 들었습니다. 

저도 당시 학부생으로서 전자 촛불을 들었습니다. 저도 촛불로 쌓아 올린 이 세상이 적어도 한 걸음쯤은 나아갔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더 이상 인정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전 권력이 지금과 별반 다를 바 없는 것 같습니다. 지난 10월 5일, 박희석 명예교수(前 대학 부총장 및 신학대학원장)님의 기고가 크리스천포커스에 실렸습니다. 평가 탈락의 원인에 관한 팩트와 인사 비리 문제를 지적한 글이었습니다. 

평가를 담당한 보직자는 사당캠퍼스 전체 교수회의에서 평가의 “평”자도 언급,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최선을 다했습니다만, 좋은 결과가 나오지 못했습니다.”라는 유감을 표명하셨어야죠. 고작 간접비 7% 학교에 기여하시면서, 9억원의 산학협력사업 수주실적이 있다고 하시면서 변명하시면 되겠습니까? 세종시에서 시위 쇼를 하면, 탈락이 합격으로 바뀝니까? 도대체 이 학교 보직자들 중 “책임지는 사람”이 누가 있습니까? “보직이 영원합니까?” 

5학기 정원 10명짜리 통일개발대학원 미달 날까봐 이곳 저곳 홍보하시는 것 잘 보았습니다. M.Div.와 S.T.M.도 그렇게 홍보했으면 경쟁률이 각각 1.13:1 / 1.03:1 보다는 나았을 건데요. 이번 겨울에는 추가모집 없이 안녕할 수 있을까요? 박희석 교수님의 기고에 지적된 인사 비리 문제가 10월 27일, 교육방송국 CSBS를 통해 보도되자, 대학 학부생들은 분노했습니다. 

10월 28일에 소집된 임시총회에서는 “총회 측 이외에도 총장님의 인사 비리에 대하여 학생 대표 측을 포함한 학교 자체 조사 위원회가 공정한 방식으로 꾸려지길 요청드리며, 전수조사 과정이 학생들에게 공개되길 요청합니다”라는 안건을 92%의 찬성표에 의해 통과시켰습니다. (저는 양지마을 주민으로서 부끄럽네요.)

학생들이 총장님의 인사 비리 문제를 지적하자, 학생 대표 불러 초치하고, 교육방송국 CSBS의 보도를 내리라고 하셨죠. 왜요? 기획팀 변호사님께 자문받아 박희석 교수님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시지 그러셨어요. 총무팀의 인사 담당자를 다른 부서로 이동시키시지 그러셨어요. 차라리 CSBS 주간교수를 초치하시지 그러셨어요. 아니, 차라리 CSBS와 총신대보를 없애시지 그러셨어요. 그런다고 인사 명령지에 없던 서명이 생깁니까? 그런다고 일촌은 친인척에 해당하지 않나요? 사당촌 촌장이 두 명이라서 마을 주민들이 다들 힘들대요. 촌장님들, 안녕들하십니까?

촌장님. 청원사항이 있습니다. 촌장님의 역점사업인 “양지마을 박물관”의 항온항습기가 수개월째 고장난 상태입니다. 여름에는 전시물들에 곰팡이가 피고, 겨울에는 말라비틀어지고 있습니다. 그거 고치는데 500만원인데, 좀 고쳐주세요. 학예사 선생님 연봉의 20%도 안 되는 금액이면 고칠 수 있대요. 전시물들은 안녕한지 모르겠습니다. 사당촌 촌장이시지만, 양지마을도 신경 써주세요. 

촌장님, “공정”하게 하시겠다고 하셨죠? “투명”하게 하시겠다고 했죠? “소통”하겠다고 하셨죠? 근데, 사당촌 주민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네요. 동네 이장들이 약 21회에 걸쳐 약 36명이나 연타 교체되었다고 합니다. 어떤 이장님은 4회나 이동하셨답니다. 

촌장님. 여기는 동네 중소기업이 아닙니다. 더군다나 촌장님 돈으로 세운 회사도 아니잖아요. 인사의 원칙을 알려주세요. 이유도 모르고 이장직에서 잘리거나, 마을 이동이 생기면 속상하잖습니까? 촌장님! 본 마을의 모든 일을 바르고 공정하게 행하여 평화와 질서를 세워나가고 계십니까? 안녕하십니까?

2년하고도 반이 지난 지금, 저는 그저 묻고 싶습니다. 그래서 지금 안녕들 하신지요. 별달리 유난한 것 없이 잘 살고 계신지요. 여전히 안녕들 하시지 못한지요. 혹시 안녕하지 않으셨다면, 앞으로도 계속 안녕하지 않으실 참인지요. 저는 다만 연달아 여쭐 수밖에요. “총신대학교, 그래서, 안녕들 하십니까?”

2021. 11. 5.

총신대학교 신학과 졸업생 및 신학대학원 재학생 양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