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면서  

최근에 전화 통화를 녹음하는 일은 일반화 된 것 같다. 일례로, 지난해 총회 임원으로 출마한 모 인사가 측근과 나눴던 대화 내용을 몇 차례나 녹음한 후 그 녹취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일이 알려져서 주목을 끌었다. 그 사건 후 교단 정치권에서는 너도나도 말조심이라는 말들이 흘러나왔고, 신뢰할만한 지인들과 나눈 대화까지 몰래 녹음한 행위에 대한 거친 비난도 나왔다. 

다른 사례는 교단 내 일부 인사들과 언론사 기자들이 식사하는 자리에서 한 대화의 녹취가 제삼자에게 전달되어 명예훼손 소송이 벌어졌다. 제삼자는 타인이 제공한 녹취를 증거물로 삼아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여 화제를 일으켰다. 법원은 同 사건 재판을 진행하면서 피고에게 징역형을 선고하여 피고가 법정 구속되었다. 

同 명예훼손 소송 사건에서 여러 사람이 모여 나눈 대화를 몰래 녹취한 자료가 법원에 제출되었을 때 증거능력이 되는지의 여부가 뒤늦게 화제가 되고 있다. 이처럼 몰래한 녹음은 한 사람을 실형으로 몰고갈 수 있는 폭탄과 같은 위력이 있다. 

몰래한 녹음 문제가 사회적인 사건으로 비화된 경우도 있었다. 얼마전 부산고등법원 임00 부장판사가 공개한 김00 대법원장과의 면담 녹음파일이 거센 후폭풍을 일으켰다. 그 사건이 발생하자 녹음 행위를 둘러싼 위법성 여부로 사회적인 이목이 집중된 된 적이 있다. 일각에서는 대법원장의 거짓말보다 부장판사의 불법 녹취가 더 문제라는 지적들이 나오기도 했다. 

이처럼 핸드폰의 녹음 기능이나 녹음 어플 기능이 일상화된 시대에 몰래하는 녹음은 어느 정도 일반화 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일반화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몰래한 녹음이 정당할까? 비록 가까운 지인과 나눈 대화라도 나중에 법적인 다툼이 생겼을 때 몰래 해놓은 녹음이 법적 효력을 갖느냐의 문제가 종종 화두가 되고 있다. 

  

2. 몰래한 녹음에 대한 법리검토

“몰래한 녹음”이란 상대방이 모르게 녹음한 행위를 말한다. 그런데 몰래한 녹음에 대해서 법원은 녹취를 증거로 제출하면 인정해 주고 있다. 다만 몰래한 녹음이란 용어는 일반적으로 법원에서는 비밀녹음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서 녹취란 상대방의 말을 녹음기 등의 장비를 이용하여 녹음하여 확보해 준 것을 의미한다. 또한 녹취록이란 녹음한 내용을 그대로 문서에 옮겨 작성한 것을 말한다. 법원에 제출하는 녹취는 공인된 속기사가 작성한 녹취록 외에 디지털 파일째로 제출하면 증거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이 법조인들의 공통된 견해다.  

그렇다면 누군가와 통화 중에 상대방의 동의 없이 녹취해도 될까? 통화 중 녹음이 일반화된 현실을 고려할 때 법리 검토가 시급하다. 대체로 전화 등에서 자신이 참여한 대화를 녹취하는 것은 대화 상대방의 동의를 얻지 않고 비밀리에 녹취해도 법적으로 제재를 받지 않는다. 그렇게 한 비밀 녹음은 합법이다. 따라서 비밀 녹음은 녹취록을 만들어서 재판부에 증거물로 제출하면 증거능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녹취가 불법인 경우가 있다. 통신보호법 제14조(타인의 대화비밀 침해금지)에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장치(스마트폰, 녹음기, 카메라 등)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처럼 자신이 참여하지 않은 대화를 녹취하면 통신비밀보호법상 위반으로 불법 도감청행위가 되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및 5년 이하의 자격정지의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된다. 불법으로 수집된 녹취를 배포하는 것도 불법 행위다. 뿐만 아니라 그런 불법 녹취는 법원에서도 증거자료로 인정받지 못한다. 

그러면 녹음 기기(핸드폰, 녹음기 등)를 통해서 합법적으로 수집한 녹취를 타인이나 SNS상에 유출하거나 배포하는 것은 문제되지 않을까? 통신비밀보호법상 합법적인 녹취를 유포하는 것은 위법 사항이 아니다. 

하지만 법원은 영상 기기(CCTV)나 도청 장치를 사용하여 녹취와 촬영을 할 경우 통신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라고 판단한 바 있으며(대법원 2007도9053), 상대방의 초상권이나 음성권을 침해당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을 당할 수도 있다. 

또한 자신이 참여하지 않은 다른 사람의 대화를 녹음하면 ‘음성권 침해’로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 상대방 동의 없이 대화를 녹음한 문제에 대해서 법원은 '음성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시한 바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8나68478). 헌법에 보장된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은 불법 행위라는 것이다. 이처럼 상대방의 동의없이 대화를 몰래 녹음하는 것은 주의가 요구된다. 

3. 결론

지금까지 몰래한 녹음이 불법인지 합법인지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법리를 검토해봤다. 간략한 검토를 통해 비밀 녹음 문제와 관련한 법적 다툼이 잦아지거나, 그로 인하여 개인의 인격권이나 사생활 침해의 위험성도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개인적으로 비밀 녹음으로 인해 문제의 소지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방지해야 할 뿐만 아니라, 법원에서도 적절하게 법적 장치를 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법원이 상대방의 동의 없이 대화 내용을 몰래 녹음하여 제출하는 녹취록을 증거능력으로 인정하는 문제도 더욱 심도있는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 만약 비밀로 한 녹음을 일률적으로 인정해 준다면, 인격권을 침해하면서 불법으로 수집된 녹취까지 증거능력을 인정해 줄 것인지 신중하게 대처해야 하겠다. 

이런 현실을 생각할 때 몰래한 녹음으로 인해 헌법상 보호를 받고 있는 음성권 및 사생활 등의 침해 현상에 대해서 재판부가 시급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송삼용 목사/하늘양식교회. 중앙대학교 법학대학원(M.L.in C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