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전국민의 관심 가운데서 야당 대통령 선거후보가 결정되었다. 대통령 선거후보가 선정된 후 낙선한 후보자 3인이 선거 결과에 승복한다는 짧은 연설은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이날 정당 선거에서 보여준 낙선자들의 승복 장면은 정치권 인사들의 낮뜨거운 정쟁으로 식상해 있던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심어 주었다. 선거에서 이긴 후보보다, 진 후에 낙선자들이 승복한 모습은  한국 정치의 희망을 보여준 명장면이었다. 

이번 국가 정치권에서 보여준 승복 선언이 더 감동으로 다가온 것은 합동 교단 내 정치권에서 벌어진 진풍경 탓인 듯하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교단 정치권까지 세속 정치를 답습하고 있는 것을 우려하고 있기에 깨끗한 승복에서 진한 감동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세속 정치인이 보여준 선거 승복 자세를 우리가 배워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지금 합동에서는 제106회 총회 파회 후 임원 선거 후폭풍의 여파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는 단순히 총회 정치권 내에서 벌어진 불법 선거 의혹이 낳은 결과만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그 동안 총회는 사법의 결정을 거의 무시해 왔다. 장로교 정치원리상, 그리고 칼빈주의 국가관에 의하면 이건 정말 있을 수 없는 일다. 그런데 총회는 법질서가 무너지든말든,  헌법 정신이 실종되든 말든 사법의 결정을 송두리째 내팽게쳤다. 심지어 대법원 판결까지 외면한 채 일방 통행을 해 왔다. 소위 총회장의 고퇴가 교권이요, 임원회의 결의가 법이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피해를 봤다고 단정하면서 정당한 절차를 따라 이의신청을 하거나 문제를 제기하면 분명한 답을 주는 것은 기본 상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회는 지난 선거 후 정당한 절차에 따라 제기한 청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선거에서 18표차라는 근소한 차이로 낙선한 당사자로서는 재검표 요청은 당연한 처사였다. 

그런 정당한 요구가 묵살되고, 다시 선거법 절차에 따라 제기한 이의 신청에 대해 묵묵부답이었다고 하니 결국 사법으로 간 것은 당연해 보인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총회 임원회는 선거 소송과 관련하여 총회 결의 운운하면서 강력 대응한다는 입장을 정했다니,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국가 정치권에서의 승복 선언은 선거 과정이 투명했고, 엄격한 선거 관리를 전제한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 총회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 총회 선거에서 근소한 표차이로 낙선한 측에서 재검표 요청을 한 것은 어쩌면 정당한 요구라 할 수 있다. 그런 작은 요구를 들어줬더라면 당연히 승복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면에서 재검표 요구를 묵살한 임원회의 결의는 정당하지 못했다. 거기서부터 문제가 꼬이기 시작한 것이라는 지적들이 많다. 

후문에 의하면 임원회 내부의 얕은 정치가 사태를 이토록 복잡하게 만들었다는 말들도 나온다. 세상에서도 인간적인 술수를 벌이면 그 결과는 항상 명백하다. 정치 술수는 언젠가 그 진위가 드러나고, 정치 모사 역시 결과는 뻔하다. 그것이 성경의 가르침이다. 거룩한 성자로 불리웠던 야곱의 꽤는 몇 날이 못되어 들통난 바람에 그는 평생동안 꽤와 술수의 댓가를 받았다. 

그러면 이런 마당에 혼란스러운 소송 사태를 해결하는 묘수는 없을까? 나는 늘 “정치는 묘수”라고 주장해 왔다. 이런 때는 정치의 묘수를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 그 묘수 정치에 실패한 탓에 늘 총회 정치가 혼란했다고 판단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총회 임원회는 부총회장직무집행정지가처분 소송의 심리를 앞두고 총회실행위원회를 열어 사태를 수습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정치 묘수를 내놓지 않으면 해결책은 묘연해 보인다. 

따라서 선거 소송 사태를 수습하려면 총회 임원회가 해야할 선행 요건이 있다. 지난 제106회 총회 선거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들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실수나 착오에 의한 것이 아니라 불법성이 뚜렷해 보인다. 총회가 선거 결과를 결의한 대로 밀고 가려면 그런 불법들이 사실이 아님을 입증해야 한다. 

물론 현재 가처분 신청서를 보면 허술하기 짝이 없어 보인다. 개인적인 소견이긴 하지만, 일단 신청서를 보면 불법을 입증하는 근거들, 판례의 입장들, 가처분 신청이 긴급한 이유들, 신 청서의 주장을 전개하는 논리성 등이 명확하지 않아 보인다. 

더욱이 가처분 인용을 위한 구성요건이 갖춰지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심지어 가처분 신청 당사자를 총대 중의 한 명인 장로로 세운 것도  부총회장의 직무를 긴급하게 중지시켜야할 정당성을 제공해 주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더 나아가 현재의 신청인으로는 “소의 이익상 긴급한 가처분을 인용해야 할 사안으로 볼 수 없다”는 판단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물론 법원은 심리 후에 입증 문서나 자료들을 제출하라고 할테지만, 지금 신청서로만 보면 총회의 결의로 이루어진 사안임으로 총회 내부에서 해결하면 될 일이기 때문에 긴급하게 인용할 필요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할 가능성도 있다.

이같은 조심스러운 예측에도 불구하고 신청인측이 아래의 불법들에 대한 입증 자료를 제출한다면 그런 불법이 사실이 아니라는 입증 책임은 총회에 있는 것이다. 

예컨대, ① J노회의 경우 비총대인 K목사가 다른 총대 장로 명찰에 사진을 바꿔 붙여 총대행세를 하면서 투표권을 불법으로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② K노회 경우는 C목사가 선거구역(태화교회)을 이탈해서 타선거지역(우정교회)에서 다른 장로 명찰을 달고 불법으로 투표한 의혹을 받고 있다. 

③ P노회의 경우, 당회 구성이 헌법 요건에 못미쳐서 옵서버 노회로서 선거권이 없는데도 목사와 장로가 각각 불법으로 선거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④ D노회의 경우 J목사는 본인 명찰 외 장로 명찰을 두 개씩 추가로 목에 걸고 다닌 것이 언론에 보도되어 불법 투표 의혹을 받고 있다.이런 경우 해당노회의 장로들이 울산총회에 참석했는지의 여부가 판가름나면 불법 여부도 밝혀질 것으로 보여집다. 

특히 이번 선거는 총대 명찰이 투표지와 같은 역할을 했다. 그 명찰에는 무려  13가지 개인정보가 들어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본인 확인 절차를 밟지 않고 명찰을 노회별로 일괄 배포한 것은 개인정보를 임의로 유출한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서 개인정보 유출 문제는 별건으로 하더라도, 그런 식으로 배포된 명찰을 타인이 달고 투표를 했다는 의혹들이 나오고 있는 부분은 총회는 어떻게 해명할지 의문스럽다. 더욱이 총회 홈페이지에 공시된 “장로회 각 치리회 회의 규칙”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데 입증이 가능할지 의문스럽다. 참고로 동 규칙들은 다음과 같다.

제86조(표결의 개시)는 의장은 표결 전에 회원수를 점검하고, 표결의 대상이 되는 내용을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다만 회원들이 그 표결 대상을 분명히 알고 있는 경우에는 생략할 수 있다. 제92조(투표의 무효)개표위원은 투표용지를 세어서 회원수보다 모자라면 무방하나 많으면 의장은 이를 투표 무효로 선언하고, 재투표를 시행해야 한다.”

이런 상황인데도  총회 임원회는 선거 소송에 강력 대응하겠다면서 총회 결의를 준수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총회 임원회의 그런 식의 대응은 옳지 않다. 총회가 실수든 착오든간에 불법 선거 의혹이 제기되면 그 진의를 개략적으로 파악한 후 정중하게 전국교회 앞에 사과해야 한다. 더욱이 정당한 절차에 따라 제출한 재검표 요청을 기각한 이유와 선거 규정에 의거하여 제출한 정당한 이의신청에 대해서도 납득할만한 해명을 내놔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회 임원회는 이전의 교권주의자들이 교황주의적 자세로 교단을 우지좌지하던식으로 총회 결의 준수를 권위적으로 주장한 것은 바른 자세가 아니다. 이번에도 고퇴를 무기로 삼아 마치 세속 정치권에서 하는식으로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것인지에 대해서 전국교회가 눈여겨 보고 있다. 정말 그래서는 안될 일이다

결론으로 총회 임원회에 정중하게  묘수 하나를 제안하고 싶다. 소위 이번 실행위원회를 기해서 소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음 과정과 절차에 귀를 기울인다면 상당한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① 전국교회와 총회 앞에 선거 진행 과정에서 드러난 불미스러운 규정 위반과 불법성을 인정하고 정중하게 사과해야 한다. ② 그리고나서 이미 저질러진 불법 선거 의혹의 진위에 대해서 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그 진상을 명백하게 파악해야 한다. 

③ 그후에는 몰래 불법 선거에 가담하여 교단을 어지럽힌 인사들에 대해서 그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④ 그런 과정과 절차를 결의한 후 이번 실행위원회에서 화해를 맡을 인사를 세워 소송 당사자를 설득하여 취하하도록 한다면 어느 정도 사태 수습의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그것이 교단의 위상을 살리고, 교단 정치를 바로 세우는 묘수라는 생각이다. 다시 한번, 정치는 묘수인 것을 실감한다.

송삼용 목사/ 하늘양식교회, 중앙대학교 법학대학원(M.L.in C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