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신현우 교수(신약학, 교학지원처장)가 8일 물류 트럭 운전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소천한 故 구기정 박사의 장례식장을 조문한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애도의 글을 여러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일부 수정 편집하여 본보에 보도한다. 원제는 "한 신학자의 죽음을 애도하며"다 - 편집자 주 - 

어제 새벽에 구 박사가 우리 곁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갔다. 그의 연구는 마태복음에 나타난 ‘소자’(작은 자)에 관한 연구였다. 그래서 그랬는지 그는 ‘소자’처럼 세상을 살았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추구하는 큰 자가 되기를 바라지 않고 작은 자에 만족하며 감사하면서 살았다. 

또한 시간 강사로서 생활하며 힘겹게 가정을 꾸려가면서도 불평이 없었고, 주로 작은 교회에 설교 봉사를 하러 다니면서도 사례를 받지 않으셨다고 한다. 주일 예배 후에는 길거리 전도에 나서서 복음을 전하는데 힘을 쏟았다고 한다.  

그는 프랑스 파리에서 신약학 박사 학위를 받은 성실한 학자였지만, 언젠가부터 물류회사에서 트럭을 몰면서 가정을 꾸려야 했다. 그 가운데 불의의 사고로 어제 새벽에 강릉에서 인생을 마감했다. 소자와 같은 삶을 살다간 그를 섬기지 못한 나는 예수님을 잘 섬기지 못한 셈이다.

마태복음 25장에서 예수님은 소자와 자신을 동일시하시기 때문이다.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마태복음 25:40) “이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하지 아니한 것이 곧 내게 하지 아니한 것이니라.”(마태복음 25:45) 

그가 굶주릴 때 굶주린다는 사실도 몰랐고, 그가 목마를 때 목마르다는 사실도 몰랐다. 그가 아플 때에 아픈 줄도 몰랐다. 이 얼마나 무심한 동료 신학자인가? 그의 장례식에야 소식을 듣고 찾아갔으나 그의 모습을 영정 사진으로 밖에 볼 수 없었다. 

그저 눈물 흘리는 미망인과 영문 모르는 10세 외동딸을 볼 수 있었다. 또 고아를 7명이나 모아 돌보며 역시 가난과 친구가 되어 작은 교회를 꾸려가시는 그의 형님을 볼 수 있을 뿐이었다. 

구 박사는 신학박사로서 신학자처럼 세상을 살다가지 않았지만 그는 예수님처럼 세상을 살다갔다. 그는 바리새파 서기관의 길을 가지 않고, 트럭을 모는 신학자로서 예수의 길과 바울의 길을 갔다. 

우리 시대의 소자는 누구인가? 촛불처럼 자신을 태우며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 분들이다. 그분들은 능력보다 덜 대우 받고 착취당하지만 불평하지 않고, 일한만큼 대우 받지 못하고 갑질을 당하지만 미소 지으며 사신다. 오늘 그를 만났다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자신을 태워 세상을 밝히는 소자들 옆에 있지 않겠냐고 그에게 질문하며 대화를 나누었을 것이다.

트럭 운전수가 된 신학자 구기정 박사, 그는 스스로 소자처럼 살다가셨기에 그는 예수님을 우리보다 더 깨달은 분이셨다. 이제 그는 그를 파송하셨던 주께로 돌아갔다.

구 박사님, 평생 몇 번 만나지 않은 기억이 떠오를 때에도 촛불처럼 살다간 그 모습 기억하면 눈물이 나오. 임무를 완수하셨으니 이제 낙원에서 편히 안식을 누리소서.

신현우 교수/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신약학) 교무지원처장 

* 신현우 교수 페이스북 홈페이지 

https://www.facebook.com/hyeon.w.shin?fref=ts

* 신 교수는 故 구기정 박사와 분당중앙교회에서 운영해 온 인재양성 장학금으로 유학 공부를 마친 동료 신학자라는 인연으로 9일 저녁 최종천 목사(분당중앙교회) 외 장학생 동료 신학자들과 함께 위로예배를 드린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위 애도의 글을 올렸다.